일상

sloth

허무주의자 2010. 2. 7. 23:24
 성경에서 언급하는 7개의 죄악 중 하나는 나태이다.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로지 무위도식 하면서 시간을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행위야말로 아주 질나쁜 파괴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본인은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렇듯이 이 행위의 죄질은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있는 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모르겠거든. 슬럼프다 뭐다라는 변명으로 어물쩡 넘어가곤 하길 여러번. 이제는 그러기도 지쳤다.

 오늘 과 동기들을 만났다. 한 명이 호주로 간댄다. 잘가라는 둥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몇마디의 담화와 술이 오고갔으며, 고기 몇점 씹어먹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문득 나는 깨닫고말았다. 고인물은 썩는다. 나는 지속적으로 썩고있었다. 그들이 활기차게 흐르는 강물이었다면, 나는 녹슨 지하 하수구의 고인 물인 셈이었다. 충격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들보다 나은게 무엇일까. 아마도 없겠지. 관습적인 패배주의의 발로인가. 나는 지금 행군의 대열에서 낙오되어있다. 그들은 나를 버리고 갈 것이다. 다시 무거운 군장의 무게를 감내하고 일어서야 할 때다. 지금 안 가면 영영 못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