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6. 00:54
개인적취향/책
사실 책 읽는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꽤나 게으른지라 책 한권 읽는데도 세월아 네월아하면서 상당히 오랜시간에 걸쳐 조금씩 덧칠해나가듯 책을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워서 이런 나조차 단시간에 독파해 버렸다. 희대의 살인마 존 게이시, 에드워드 캠퍼, 찰스 맨슨 등등이 등장하며 저자와 그들과의 면담 내용도 엿볼수 있는 이책은 마치 FBI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안겨다 준다.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적 성격을 띄는데 그것은 작가가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을 그대로 기술하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저자는 전직 미군 장교에 FBI요원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근데, 엘리트인건 알겠는데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잘났다고 말하니 괜스레 배알이 꼴린다. 하지만 또 인정할수밖에 없는것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해서 거의 실제 범인과 유사한 인물을 추려내는 장면을 보고있노라면 셜록홈즈가 실제로 현세에 나타났다고 해도 믿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살인마의 종류를 세부류로 나눈다. 조직적 살인마와 비조직적 살인마, 혼합형 살인마가 그것이다. 조직적 살인마는 말 그대로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사전에 피해자를 물색하고 다니며 일을 처리할때 정확하고 신속하다. 비조직적 살인마는 그저 닥치는대로 살인하고 시체의 뒷수습도 잘 하지 못하는 등 살인에 있어서 우발적인 면모를 보인다.(혼합형은 이 두가지 부류의 혼합형이다.) 주로 이런 살인마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은데 뒤틀린 환경이야말로 살인범을 만들어 낸 주범이다. 부정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그들은 뒤틀린 성욕을 살인으로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화 되지 않은 도심속의 또다른 '모글리'인 것이다. 이런 '만들어진' 살인자를 단순히 사형이라는 제도로 처단하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이득이 없고(실제로 한 사형수의 사형을 집행하는데 7만$가 들었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들에게나 일말의 위안이 될 뿐 큰 실리가 없으며 차라리 살려두고 계속 감옥에 살게하면서 살인마의 행태에 관한 연구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도 그 의견에 동감하는 바이다.
의도치않게 책의 많은 부분을 흘러버렸는데, 그래도 직접 한 번 읽어보는 것과 이렇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살짝 간만 보는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여전히 책 안에는 현대판 피를 빠는 흡혈귀 이야기 등 독자의 흥미를 당기는 수십개의 에피소드들이 선혈을 뚝뚝 듣으며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당신이 추리소설, 범죄심리학, CSI의 열혈팬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법한 필독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책에서 계속 당부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니체의 경구로 인용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살인마는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히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