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8. 22:48
일상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머리를 잘랐다
원래 5천원이었는데 6천원으로 올랐다
이발소 안에서 머리를 자르던 조그만 꼬마애는 엄마 품에 안겨서 서걱대는 가위가 자신의 생명의 탯줄을 잘라가려는 사신처럼 보이기라도 했는지, 필사적으로 살기위해 발버둥치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의 부질 없는 저항도 결국 과일캔디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말았다. 벌써 그는 타협의 달콤함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머리를 자르고 나니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사실 머리를 자르고 한번도 마음에 든적이 없었다.
그저 입에 발린듯이 "네, 괜찮네요"라고 미용사를 안심시켜주고, 다급하게 제값을 치러서 계산을 하고 급한일이 있는것처럼 그자리를 떴다
다시 거울을 본다
괜히 잘랐어
2010. 2. 7. 23:24
일상
성경에서 언급하는 7개의 죄악 중 하나는 나태이다.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로지 무위도식 하면서 시간을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행위야말로 아주 질나쁜 파괴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본인은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렇듯이 이 행위의 죄질은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있는 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모르겠거든. 슬럼프다 뭐다라는 변명으로 어물쩡 넘어가곤 하길 여러번. 이제는 그러기도 지쳤다.
오늘 과 동기들을 만났다. 한 명이 호주로 간댄다. 잘가라는 둥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몇마디의 담화와 술이 오고갔으며, 고기 몇점 씹어먹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문득 나는 깨닫고말았다. 고인물은 썩는다. 나는 지속적으로 썩고있었다. 그들이 활기차게 흐르는 강물이었다면, 나는 녹슨 지하 하수구의 고인 물인 셈이었다. 충격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들보다 나은게 무엇일까. 아마도 없겠지. 관습적인 패배주의의 발로인가. 나는 지금 행군의 대열에서 낙오되어있다. 그들은 나를 버리고 갈 것이다. 다시 무거운 군장의 무게를 감내하고 일어서야 할 때다. 지금 안 가면 영영 못가.
오늘 과 동기들을 만났다. 한 명이 호주로 간댄다. 잘가라는 둥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몇마디의 담화와 술이 오고갔으며, 고기 몇점 씹어먹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문득 나는 깨닫고말았다. 고인물은 썩는다. 나는 지속적으로 썩고있었다. 그들이 활기차게 흐르는 강물이었다면, 나는 녹슨 지하 하수구의 고인 물인 셈이었다. 충격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들보다 나은게 무엇일까. 아마도 없겠지. 관습적인 패배주의의 발로인가. 나는 지금 행군의 대열에서 낙오되어있다. 그들은 나를 버리고 갈 것이다. 다시 무거운 군장의 무게를 감내하고 일어서야 할 때다. 지금 안 가면 영영 못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