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는 끊임없이 순영을 괴롭히지만, 순영에게는 여전히 자신의 걱정스런 철부지 여동생이다.)
[BIFF] 바비
감독 : 이상우
출연 : 이천희, 김새론, 김아론, cat tebo 등
※미리니름 주의!!
올해 biff 첫번째 관람작.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김새론(아저씨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배우였고 아저씨로 인해서 반짝 데뷔한 아역배우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행자라는 인디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던 나름 경력 배우였다), 김아론 자매가 출연한다는 사실에 끌려서 예매를 했다. 알고보니 감독인 이상우 감독은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등의 논쟁작을 세간에 내놓은 충무로의 이단아였다. 이렇게 파격적인 전작들을 창조해낸 이상우 감독은 바비라는 다소 정상적인(?) 제목의 영화를 올해 biff에 출품한 것이다. 과연 영화내용도 정상적일까 전문가적 의구심을 견지하고 영화를 보았다.(물론 뻥)
바비는 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명백히 말하자면, 장기밀매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언제부터인가 어두운 실제사건에서 오히려 기존의 영화계에서 상상하기 힘든 소재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 같아 아이러니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바비(Cat tebo)는 극중 외국인 꼬마 숙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순영(김새론) 순자(김아론)자매와는달리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자상한 아버지 아래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한국에 와서도 그녀는 맛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최고급 호텔에 투숙하지만 그다지 행복해보이지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막는 아빠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강력한 가부장적 권위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녀에게 단호하게 명령한다.
"Noooooooooooooo!!"
(아빠가 시키는대로만 해.)
그녀의 이름에서 보여지듯이 그의 아버지는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인형으로 생각한다. 바비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반항하고 몸부림치지만 결국은 그의 주인, 아빠가 시키는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바비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빠진 인형이기 때문이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가 되도록 교육 받아온 그녀는 항상 종내에 가서는 순종적이다. 순자의 여권을 던져버리려 하나 차마 버리지못하고 다시 아버지에게 돌려주는 장면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정박아인 망우의 딸인 순영 또한 그의 망나니 삼촌인 망택(이천희)의 인형이다. 순영의 소원은 망택이 시키는대로 그저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이나 하며 핸드폰 열쇠고리나 만들어 팔아 아버지를 보살피며 평범하게 순자와 함께 지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순자는 다르다. 순자는 순영과는 달리 구질구질한 집구석을 벗어나서 환상속의 미국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인형들의 세계에서 순자는 유일하게 살아있는 인간 소녀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반골의 기질을 가지고있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끝끝내 쟁취한다. 그녀는 순영이 미국 아빠에게 입양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하며 어떻게든 자신이 미국 아빠의 눈에 들기 위해서 화장도 하고 애교도 부리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판촉한다. 결국 입양(이라쓰고 장기밀매라고 읽는다)할 여자아이를 찾기위해 한국을 찾은 바비의 아버지는 순영 대신 순자를 데려가기로 하는데, 그것은 사실 순자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순자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체계를 뒤엎고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조종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그녀를 제거하는데 합의한다. 망택은 그 후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오직 그녀를 팔고난 돈으로 차를 사는데 여념이없다.
(그간의 착한 이미지를 벗고 못된 양아치 삼촌 역할을 맡은 이천희, 불량한 캐릭터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것은 - 이번 영화에서 많이 까먹었지만 - 그간 차곡차곡 적립해둔 착한 이미지때문아닐까.)
엔딩크레딧에의 은유만 읽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제거됬음을 알 수있다. 미국행 비행기에 실릴 화물 컨베이어벨트에 있는 바비의 가방에 순자의 네임택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죽어버린 소녀는 좋은 인형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체계는 유지되고 세상은 순조롭게 그들의 생각대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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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 속 그 어느 곳에도 엄마는 없다. 바비와 순영,순자 자매 모두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게다가 바비는 자신과 닮은 바비인형에게 자신을 투영,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어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을 대리만족의 형식으로 보충한다. 이렇게 스크린에는 뒤틀리고 결여된 모성이 가득하다. 마초적이다. 피노키오를 만들어낸 제페토 할아버지도, 사람이 된 여인상을 만들어낸 피그말리온도 모두 남자다. 남자들의 세계에 인형이 아닌 여자가 끼어들 공간은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감독은 완벽하게 인형들의 세계를 구축한다.
감독은 이에 더불어 미국에 대한 허상뿐인 아메리칸 드림을 자조적으로 묘사한다. 순자의 미국행은 분명히 실패가 될 것이 뻔하지만 가장 화려한 옷과 가장 예쁜 화장을 하고 성조기를 손에 들고 실크 침대 위에서 기뻐하며 춤을 추는 순자의 모습을 화려하게 비춤으로써 그 역설을 나타낸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순자의 마지막 모습. 이 장면에서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비록 순영과 가족들에게 못되게 굴긴 했어도 왠지 슬펐다.
(한국 X까! 난 천조국에 간다고!!)
바비는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이었다. 비록 인형들의 등에 달린 와이어가 보이지 않았지만. 투명와이어가 달린 이 인형들은 살아 움직이고 생각도 할줄 알며 감정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인형을 가지고 놀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가. metallica의 master of puppets. 쌍팔년도 스래쉬 메틀의 금속성 사운드가 의외로 이 영화와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우가 그들의 딸들을 데리고 춤을 추는 장면은 묘하게 여운이 남았다. 영화속 그들이 가장 행복했을때.)
p.s. 영화는 GV였지만 너무 뒷자리에 앉아있었기에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GV때 기억나는 것을 생각나는대로 말해보자면 정박아인 이망우역을 분했던 배우분(이름을 까먹어서 죄송합니다 ㅠ)이 무대에 등장했을때 한차례 강렬한 박수갈채가 있었던 것. 그리고 아무래도 어린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새론,아론 자매와 cat tebo가 많은 관객들앞에서 꽤 얼어 있었던 것과 이천희가 요즘 예능에 다시 출연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영화배우이고 영화를 찍는게 더 좋다며 영화에 전념할 것이라는 생각을 말했을때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을 들수있다. 그리고 되게 높은 굽을 신었는지 어떤 여자분이 계단사이를 급하게 왕복하다가 두번이나 넘어진 것도 인상적이었다.
p.s.2.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옆을 지나치면서 왠지 바비 아버지 역할을 맡은 남자와 거의 흡사하게 생긴 사람을 보았다. 설마 진짜 그 분? gv때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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