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취향/음악'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0.05.03 Escarres + Guguaixingqiu in interplay(2010/4/29)
  2. 2010.03.29 마이 스크리모 테이스트
  3. 2010.02.19 Blonde redhead - Elephant woman
2010. 5. 3. 15:28 개인적취향/음악


 너무 많은 시일이 지나고서야 글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만큼 너무나도 충격적(!)인 공연이었다. 순수 관객만 3명! 밴드 인원은 두 밴드 모두 합쳐서 7명! 10명만의 어지러운 놀이터로 변모한 인터플레이였다.

 프랑스하드코어밴드인 Escarres와 프랑스+중국 조합의 Guguaixingqiu(한국말로 고계성구라고 한다더라...strange planet의 중국말)의 일본, 한국 투어의 일환으로써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온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설레였을 그들은 아마도 차가운 바닷바람처럼 차가운 부산사람들의 하드코어에 대한 무심을 알고서 실망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24crew쪽에서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홍보의 미흡인지...)

 우선 인터플레이 입구에 들어가기전 4명의 외국인들의 포스에 다소 주눅이 들뻔 했는데, 이는 마치 미군들의 강림을 암시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들은 Escarres 본인들이었고,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하지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던(ㅜㅜ)것 같았다. 서로 통성명 후 악수를 나누고 지하의 클럽으로 들어갔더니 쾌적한 인터플레이의 내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우리 외에 2명의 인원이 있었으나 한명은 인터플레이 직원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한명은 울산 분이었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참석한다는 열혈 팬이셨다. 


 참을 수 없는 뻘줌함으로 견디지 못할 즈음에 Escarres의 공연은 시작했고 "everybody stand up!"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마도 프랑스의 애국가(아마?)인듯한 노래를 자신들의 오래된 전통 의식처럼 담담하고 벅차게 불러제끼고는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마치 everytime i die처럼  미친 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면서도 꽤나 장난스럽고 터프했다. 전혀 알던 곡이 하나도 없어서 싱얼롱을 하는데는 애로사항이 꽃피었으나 하드코어의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이 곡전개에 있어서 지나칠만큼의 단순함이 아니겠는가. 한 구절만 들어봐도 딱 견적이 나온다. 대충 맞춰서 악을 질렀다. 그리고 모싱도 슬램도 아닌 모슬렘(?)을 시전했고, 곧 나 혼자 무대를 누비게 되었다. 인원이 작았기 때문인지 보컬인 게탕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만이 아니라 관객석으로 내려와서 3명의 관객과 호흡하며 그들의 평소 리허설 같은 무대를 만들었다.


적당히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그들은 옷을 모두 벗고 단지 이종 격투기 선수들이나 입을 법한 공포의 붉은 팬티만을 걸친채 제2라운드를 시작했다. 공연 도중에는 게스트 멤버로 참여한 Guguaixingqiu밴드 멤버들이 관객으로 등장해 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현장 실황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서 교체한다. 카메라가 잠깐 비추는 얼빠진 정신나간 놈이 접니다.)


 이들의 공연시간은 실제 30분을 조금 넘었다. 마지막에 앵콜을 한곡 했는데 10초정도 한것같다. 그리고 나는 절반쯤 뻗기직전이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의 소모를 겪었던 것이다. 의자에 맥없이 주저앉아서 병든 닭처럼 골골댔다. 공연은 그렇게 끝날 것 처럼 보였다...그러나.


 오히려 게스트였던 고계성구가 무대 세팅을 하는 것이 아닌가! Escarres 공연에 고무되어 자신들도 여기까지 왔는데 리허설 차원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들은 정말 괴이한 음악과 복장,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3명의 프랑스인(정작 공연에는 2명의 프랑스 멤버가 왔다)과 1명의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밴드는 그들의 마이스페이스 소개대로 일렉트로닉 그라인드 하드코어쯤 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내 친구는 이쪽을 더욱 선호했는데 그것은 일렉트로니카적인 성향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보컬의 헤어스타일과  라스푸틴 수염도 한 몫했다.) 보컬은 나로 하여금 마치 약을 한 Mastodon을 연상케 하였는데 역시 여러가지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에서 쫄쫄이 타이즈등을 입고 매트릭스인 마냥 슬로우 모션으로 서로 치고 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실제로 그런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 위의 코메디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쫄쫄이 타이즈는 로봇 분장이라고 했는데...어떤 의미에서 로봇인지 지금도 이해가 힘들다;) 이들의 공연때는 이제 Escarres가 좋은 관객으로 등장해 우리에게 호응을 유도하고, 고계성구를 지지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모두 끝나고 집에 가기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각 밴드들의 멤버들과 짧은 인사를 건네고, 수염이 인상적인 고계성구의 보컬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원래 4명이었는데, 일본에서의 3주간 투어를 돌고 정작 한국에 올때 그들중 1명은 선생 일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매우 아쉬워했다고..(하지만 부산에서의 초라한 관객 수를 보면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내 친구는 그에게 서울공연 중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때 "Juk-in-da 죽인다"라는 말을 써보도록 권유했고, 아마 서울 공연중 중간에 써먹었을테지만 역시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을거같다. 돈을 안들고와서 미니 시디고 머천다이즈고 하나도 못사고 결국은 집으로 황급히 빠져나오게 되었는데, 그들의 마이스페이스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겠다는 말을 그들에게 던진것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끝났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하드코어(!) 공연이었으나, 아마도 그들이 앞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에 공연 목적으로 방문할 생각은 없을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다음 번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말아야지.

P.S. 정작 실제 공연 사진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모든 소지품을 지하철 락커에 잠궈두고 갔기 때문이다. 어흑...마지막에 Escarres 베이시스트 보리스가 나와 내친구와 함께 셀카 한장 찰칵 찍었는데, 메일로 한장 보내달랄까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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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무주의자
2010. 3. 29. 17:59 개인적취향/음악

나는 스크리모 빠다. 스크리모 빠긴 하지만 정확한 스크리모의 기원따위는 모른다. (포스트 하드코어의 하부 장르쯤 될까.) 정정하자면, 내귀에 '스크리모'로 들려지는 밴드를 좋아한다. 

fugazi나 antioch arrow등 초창기 이모 밴드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거친 질감은 좋아한다. 이쪽 계열에서는 일본밴드들이 많이 선방하고 있는 느낌이다. heaven in her arms나 killie, envy, endzweck등의 밴드 말이다. orchid를 좋아하고 devil sold his soul, malady, raein, the spirit of versailles, hot cross, yaphet kotto등을 좋아한다. 약간 마이너리티 하면서 쌈박한 사운드를 내는 밴드들 말이다.  그리고 he is legend처럼 아기자기한 사운드도 좋고 everytime i die처럼 정신없는 것도 좋고,  thursday처럼 투명한 감성을 지닌 것도 좋다. buried inside처럼 메틀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괜찮은 편이다. 국내밴드중에서는 할로우잰은 쩔어주고, Unroot와 49morphines는 그저그럼, LO는 쉣이었다.(내 기준에서) 상기에 언급하지 않은 밴드는 기실 대부분 모른다. 정말 나이롱 매니아인 것이다.

1. 가사는 나에게 있어서 좋은 음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크리모 밴드의 가사는, 거기서 거기다. 사실 가사 없이 3분동안 비명만 질러대고 있는다 해도 용납할만한 멜로디라면, 나는 그 곡을 좋아할 용의가 있다. 그나마 영어권 가사는 알아먹을수라도 있지. 프랑스, 일본 외 제3세계밴드들의 자국어 가사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장벽을 실감케 한다.

2. 처절하든가 비장하든가. 혹은 슬프든가. 내가 좋은 스크리모를 택하는 기준이다. 그리고 주로 이런 특질은 일본계 스크리모 밴드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운좋으면 3가지 모두를. 내가 중2병인지 중2병이 나자신인지 알수 없게 만들어주는 음악이야말로 진정한 스크리모라고 생각한다. 멜로디컬 스크리모를 지향한다.

3. 위 3가지사항에 해당사항 없음이면, 차라리 그냥 달리는 게 낫다. 치기 어린 분노로, 싸구려 사운드로 세상을 뒤엎진 못할지언정 자신의 방구석을 뒤엎는데에 충분한 음악 말이다. 타협은 없고 나는 무식하다. 그런 류의 음악.


Orchid - I am nietzche

 


Heaven in her arms - Red dream

 


Thursday - Paris in flames

 


Yaphet kotto - Circumstancial evidenc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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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무주의자
2010. 2. 19. 08:23 개인적취향/음악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듯한 그들의 음악.
진짜 좋다.
이렇게 축축 처지는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나 자신도 개 혓바닥처럼 축 늘어지곤 하지만..



이노래 들으니까 또 생각나는게, 최근에 알게 된 밴드인데 여왕의 뇌라는 한국 인디밴드도 정말 좋은것같다. 곡하는 듯한 처량한 보컬에 처지는 음악.

< 여왕의 뇌 - Adieu (l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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