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 11:40 개인적취향/영화


오즈의 마법사에게 간 정혜. 사랑을 돌려주세요! 

(묘하게 미리니름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강한 심증을 안고 이미 어떻게 진행 되리라는 서사의 구조도 빤히 보이는데, 그런데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나면, 김태촌의 피바다도, 소리바다도 아닌 관객들의 눈물바다가 연출되는데 그 눈물의 화음이란. 어찌나 세밀하게 작곡했던지 약한 부분에서는 속삭이듯, 빵하고 터트릴때는 대담하게!, 그러다가 급반전 등 한편의 눈물의 교향곡을 듣는 듯 했다. 사실 나도 보면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긴 했는데 그 초상집 분위기에서는 어쩔수없었다.

 사랑에 버림받고 사랑을 살해했으며 또 다시 죽여버린 사랑을 찾으려 한다. 그들은 오즈의 나라로 간다. 날개달린 모자를 쓰고.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그럴법하지. 그들은 합창으로 경찰복장의 마녀를 무찌르고 선물로 모조 사랑을 얻는다. 이게 뭐야! 당장 반품해주세요. 하지만 반품은 안되고 슬프지만 진짜 사랑은 저멀리 저멀리 가버렸는걸. 그제서야 깨닫는 정혜. 최종보스를 무찔러야겠군!

 영화 자체는 나쁘지않다. (민우의 앙탈과 김윤진의 물오른 외모와 연기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너무 작위적인 눈물의 연출과, 립싱크의 합창단은 최근의 매스미디어의 경향을 보여주는 듯 하여 또 다른 의미로 슬펐다.




음. 그러고보니 중간에 나오는 유미와 문옥의 에피소드는 마치 슬램덩크의 정대만과 안선생님을 그대로 패러디한듯 보여졌다. 그냥 그렇다고.
            (농구를 합창으로 바꾸면...)

posted by 허무주의자
2010. 1. 26. 23:00 개인적취향/음악

Genre : Punk / Hardcore / Dance
Member :  Alison bellavance (vocal) 

                     Matt boylan (guitar/vocal)
                     joe crawford (drum)
Myspace :
http://www.myspace.com/sparkisadiamond

Album :

                                  keep your eyes off the prize

                                  Try this on for size


필라델피아에서 결성된 3인조 파티코어(-_-;) 밴드...
상당히 심플하고 캐치한 감성을 지닌 음악을 하고있다.
Bloc party처럼 클럽에서나 틀어줄법한 댄서블한 음악에다 살짝 짜증난 듯한 아기 살쾡이같은 보컬 앨리슨의 깜찍한 스크리밍이 단연 돋보인다.
요즘은 각 음악간의 장르의 경계가 거의 허물어져서 이런저런 짬뽕 음악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쉬지않고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이 개성적인 밴드는 단연 베스트다.
어떻게 보면 너무 곡전개가 단순하고 트렌드에 영합하려는 음악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그래도 그들의 음악은 꿀물처럼 달콤하다. (하지만 계속 들으면 입에서 단내가 나면서 물리게 될것이다.)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고히 하여 앞으로도 좋은 앨범을 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최근 해체했다고 하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자 이쯤에서 적절한 그들의 뮤비 감상을..

President of wrong crowd (M/V)

 


Urgent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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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무주의자
2010. 1. 26. 01:36 개인적취향/영화


‘이 이야기는 실화로, 이 사건은 1987년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사자들의 요청에 따라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으며,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건 발생 그대로를 묘사하였다.’


 페이크 다큐에서 많이 보았음직한, 절대 믿을 수 없는 위 문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일종의 블랙코메디이다. 아니, 블랙코메디와 스릴러의 그 사이의 무언가이다. 괴상하게 웃기고, 엉뚱하게 무서운 영화다. 자동차 세일즈 맨 제리는 돈 많은 장인에게 유괴사건으로 돈을 뜯어내려하나 사건은 점차 엉뚱한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만 간다. 영화는 이 사건에 개입한 3자의 입장을 교차편집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 파고라는 제목을 듣고는 사람 이름인가 싶었는데, 노스다코다 주와 미네소타 사이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었다. 파고. 코엔 형제는 왜 파고를 선택한 것인가. 물론 맨 처음의 자막에 언급되었듯이 이 극 속의 설정에서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실화를 재현했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실화가 아니다. 그러면 왜? 코엔 형제는 10대를 미네소타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렇듯 그 무의미하게 보내던 시절의 따분함, 무력감의 장소인 미네소타를 스릴 넘치는 연쇄살인사건이 연출되는(실제 영화에서는 오히려 차분하지만) 일탈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평범 그 자체였던 과거의 공간에 코엔 형제의 방식대로 일종의 복수를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제목을 far go로 띄워서 보면 ‘너무 멀리가다’, 즉 꼬일 대로 꼬여버린 영화의 내용 자체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중의적 표현인 것이다. 이 형제들, 제목을 짓는 센스부터 보통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 칸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영화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제리의 부인인 진이고,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마지다. 공교롭게도 둘 다 한아이의 엄마다. 왜 한명은 한겨울에 맨발로 눈을 가린 채 설원을 뛰어다녀야 하는데 또 한명은 남편이 손수 직장까지 따라와서 밥을 챙겨주는데다 어릴 적 친구(비록 그가 정신질환자였긴 했지만)의 뜻밖의 고백까지 받게 되는건가. 진이 잘못한 게 있다면 그저 평범하게 뜨개질하고 티비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왔다는 사실 뿐이다. 그에 반해 마지는 임신한 상태에서 연쇄살인범을 쫒는 위험천만한 생활을 했을 뿐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은 죄악이다. 코엔 형제가 그렇게 속삭이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


 다른 영화 속 인물들 역시 모두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주인공인 제리는 자신의 아내를 유괴하는 상식 밖의 범죄를 사주하여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었고, 그의 장인어른은 자신의 딸만큼이나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며, 칼과 게이어는 ‘둘이 합쳐 아이큐 100’을 몸소 실현하는 2인 1조격 악역이었다. 스티브 부세미, 피터 스토메어 등 그들의 연기와 외모 또한 비범했다. 이쯤 되면 꽤나 이 영화가 의도하는 바는 단순하다. 평범을 증오하고 그것을 박살내기 위한 영화인 것이다. 평범을 학대하고 오직 그것을 내팽개치기 위해 찍은 영화다. 마치 보들레르처럼. 


 마지는 착한 인간성에 대한 감독의 최종 ‘마지’노선이다. 주변의 모두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마지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착하고 순수하다. 단지 이 미쳐버린 사회에서 벗어나 남편의 이불 속으로 도피하려 하지만. 마지의 존재로 인하여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스릴러를 탈피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녀는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에게 말을 건넨다.


                            (yeah~?)

 “뭐 때문에? 그 별거 아닌 돈 때문에?하찮은 돈보다 생명이 훨씬 소중해. 그걸 몰라? 그러니까 네가 거기에 있지..”



 다소 교과서적이고 훈계 하는듯한 대사지만, 영화 속에서는 빛이 난다. 우습게도 돈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지 혼자이므로. 감독은 다른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착하게 비춰지는 마지를 거울삼아 이 우화의 비참함, 현실 속 인물들의 돈에 대한 집착에 관한 적나라한 풍자를 더욱 과장되게 보여지게 한다. 이상한 나라의 마지. 침울한 현실이다.


 화면은 시종일관 눈으로 덮여 온통 흰색으로 물들어 있는 편인데,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 심지어 단지 흰 눈으로 사방이 하얗게 뒤덮이고 구역별로 나무가 드문드문 심어진 광경을 저 멀리 하늘 위에서 찍은듯한 시퀀스는 처음 봤을 때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 마치 흰색 벽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이다.(개미 같이 조그만 사람 그림자가 움직이는 걸 보고서야 이것도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정말 씁쓸~하구먼...)

흰색 화면을 계속 보다보니 점차 시각마저 얼어버려 마취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분쇄기 장면에 가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화면에서 턱하고 무심하게 그 장면을 내놓았을 때의 충격이란, 말로 하기 힘든 것이었다. 분쇄기에서 칼을 갈던(!) 게이어가 마지를 보고는 어눌하게 도망을 가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지는 이 장면. 여기에서도 배경화면은 그것 자체로서의 존재보다 한층 더 강렬하게 작용했는데, 이렇게 기묘한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를 하얗게 표백함으로써 극 속의 상황을 한층 명백하게 부각시켜 무척이나 생경한 느낌을 받게 해주었다. 그것은 마치 부조리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른 건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이다. 제리의 인상은 잭 니콜슨의 그것을 닮았으며, 눈 덮인 설원에서 도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잭 니콜슨과 칼을 살해한 폴 버니언. 단순한 이미지의 연상이지만, 둘 다 차분하게 무섭다.  


 비범한 이 영화는 비범한 코엔 형제의 역작이다. 이 영화는 그들이 파괴적 일탈을 꿈꾸는 자들에게 바치는 헌화다. 지루하고 무감각한 현실에 잠식되어버린 자들에게 현실을 벗어날 비상구이다. 자, 마지의 이상한 나라로 여행해보자. 그리고 혹여나 그 영화 속 환상의 세계를 현실 속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자.


posted by 허무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