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0. 20:15
개인적취향/영화
포스터에 낚이지 말라. 이 영화는 결코 '내 친구 파이도'가 아니다. 물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도 분명히 있지만 이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그냥 별 생각없이 평범한 B급 좀비영화를 보러간다고 생각하고 가면 얼추 맞을것이다. 난 우선 이런 장르영화가 척박한 한국땅의, 그것도 서면시내 한가운데의 극장에 걸려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싶다. (오늘부로 내린다고 하였지만..) 한국에서 장르영화는, 특히 이런 B급 영화는 돈안되고 사람들 눈총이나 받기 좋은 소위 아웃사이더 장르이다. 이런 돈도 안되는 영화를 위해 각본을 쓰고 촬영을 하고 연기를 한다라는 것. 그들의 장르영화에의 열정은 그 어떤 누구보다도 뜨겁게 끓고있을것이다. 이런 재기발랄한 시도들이 모여 황무지와도 같은 한국 장르영화 토양에의 비료가 되는게 아니겠는가. 그저 이 영화의 존재자체가 괜시리 반가웠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영화관에는 나와 후배 1명을 포함, 단 둘뿐이었다. 꽤나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홈시어터에서 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관람할수 있었는데, 영화관 직원들은 꽤나 귀찮았을것이다. 아마 "단 두명을 위해서 영화를 상영해야하다니! 그건 마치 빵셔틀을 위해 빵공장을 차리는 것과 같다고!"라고 하지 않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이런 영화는 스토리가 크게 중요하지않다. B급영화는 스토리보다는 대개 기발한 상상력과 고어씬, 고어씬 그리고 고어씬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미리니름을 한사발 토해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바퀴벌레라는 벌레의 이름을 모르고 보거나 알고 보거나 혐오스럽긴 매한가지인것이다. 사실 이 영화가 옴니버스 영화라는것도 모르고 봤었는데, 다 보고 나니 옴니버스 영화로 만든게 잘한 결정인것 같았다. 물론 다 비슷한 시기의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내고 있긴하지만. 아마 이 영화가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로 주욱 밀고갔다면 금새 지루해져서 졸아버렸을 것이다. 대신 영리한 이 영화가 채택한, 단편들의 모음은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잡아두는데 대체로 유효한 편이다. 관객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때쯤 또다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것은 이전의 내용과 다르며,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영화 감상은 일단 비주얼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크게 독창적일것 없는 평범한 좀비영화였고, 그래도 무언가 새로운 관점과 생각거리를 제시했다는 것이 나름 새롭다면 새로운 점이었다. 물론 내가 장르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다지 많이 본편은 아니라서 이런 관점으로 제작한 영화가 이미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는, 꽤나 참신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안락사를 빗댄 그녀의 이야기와, 취업난을 우회적으로 돌려표현한 그의 이야기등, 그렇게 보려고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볼 수 있는 사회적인 풍자는 몹시 흥미로웠다.
단지 흠이라고 하면 저예산의 티가 너무 나는 좀비들의 분장. 밀가루와 케첩은 꽤나 맛있을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저예산임.을 외치는 같은장면 또 우려먹기. 다소 과장된 연기.
사실 B급 영화는 저런 흠집마저 사랑스러운법이다. 오히려 저 맛에 이런 영화를 찾는사람도 있다. 나도 그런 편이고.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괜찮은 영화다. (물론 B급의 관점에서) 하지만 여자친구와 같이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보러간다면 글쎄, 그 커플은 4주후 '사랑과 전쟁'의 법정에 서게 될 것임에 자명하다.(여자친구가 B급영화의 골수팬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에서 시도한 B급 좀비영화라는데 큰 점수를 준다.
P.S. - 영화 내내 예비군 좀비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감독은 예비군 제도에 아주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는듯했다. 나라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P.S.2 - 배용근씨는 마치 지인 김모씨를 많이 닮았다. 누구라고 말은 안한다만은..
P.S.3 - 서윤아씨 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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